어른이 된다는 것
어릴 때부터 자주 듣던 노래 중에 스물다섯, 스물하나라는 노래가 있었는데,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뮤직비디오는 맨 처음에 이런 독백을 남기며 시작한다.
"아파트 평수, 자동차 배기량, 은행 잔고.
그의 희망은 이미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니였다.
그는, 자신이 시시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노래를 수백 번은 넘게 들으면서도, 난 어른이 되기 전까지 저 문장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없었다. 사실,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던 것 같다. 어린 시절의 나는 어른이 되면 내 인생은 더 빛날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을 가졌고, 내 상상 속의 어른이 된 나의 이미지는 늘 유능하고 빛나는, 멋진 사람이었다.
하지만 마냥 좋기만 할 것 같았던, 빛나고 화려할 것 같았던 어른이라는 지위는 어린 내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내 자신이 시시해진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인생이 회색빛으로 물든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고단한 하루 끝에 불 꺼진 집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따위의,
느끼지 않아도 좋았을 것들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그런 것들이었다.
어른이 이런 것인 줄 알았다면, 조금 더 학창시절의 매 순간순간을 소중히 하며 살아갔을 텐데.
"언젠간 학창시절을 그리워하게 될 거야" 학창시절엔 그렇게 부정하던 문장이었다. 고등학생, 특히 고3 시절이 나에게는 너무 힘들었기에, 그리고 어른을 동경해왔기에, 나는 절대 학창시절을 그리워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어디 가서는 오글거린다는 핀잔을 듣기 일쑤인 말이지만, 그래서 주소가 없으면 쉽게 접근하기 힘든 블로그에 조심스럽게 털어놓는 말이지만, 아직 내가 철이 덜 들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난 어른의 무게가 무겁다. 너무나도 무겁다.
활짝 웃는 웃음 안에 감춘 수많은 고독한 밤들, 슬픔들, 우울함. 그래, 어른은 다 버텨내야 하는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