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울증을 가지고 산다는 건

가장 예후가 좋지 않은 정신병을 가지고 사는 삶이란

Posted by seoyeon on may 21, 2023

한 번쯤 조울증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일단 좋은 방법으로 들었을 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조울증을 가진 50대 남성이 흉기를 휘둘러 00명이 다쳤다.. 정도로 뉴스에서 나오는걸 보거나,

반 고흐와 같은 천재 예술가들은 대부분 조울증을 앓았다.. 이런 식으로 알게 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조울증에 대한 인식이 안 좋은 것 같다. 우울증을 앓는 사람은 많지만 조울증은 앓는 사람은 적다.

당장 대중매체에서만 봐도 조울증은.. 결코 좋게 그려지지는 않으니까. 소리지르고 물건을 부수다가도 갑자기 우는 그런 사람을 그려내지. 정상적으로 살아내는 사람을 그리지는 않는다. 그래서 더 내 병을 밝혔을 때 다른 사람이 날 어떻게 생각할지 두려워진다.

조울증은 정말 무서운 병이다. 조울증을 앓고 있는 내가 나를 봐도 가끔 무서워진다. 조증 삽화일 때는 정말 3일 4일씩 잠을 안 자도 멀쩡하다. 세상 모든 것들을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넘치고, 그 자신감으로 미친듯이 일을 한다.

우울 삽화일 때는 반대로 정말 아무것도 하기가 싫어지고, 조증 삽화때 빛났던 나의 모습을 생각하며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자책한다. 그 과정에서 자존감이 낮아지고, 자기혐오가 심해진다.

이렇게만 보면 조증 삽화가 정말 좋아보인다. 일단 조증 삽화라도 있으니까 우울증보단 나은거 아니야? 라고 묻는 질문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그렇게 좋아보이는 조증 삽화 때 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자살하고, 우울증과 비교해서 조증 삽화라는게 하나 더 추가됐을 뿐인데, 완치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우울증에 비해 조울증은 환자 대다수가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

도대체 조울증이라는 병은 뭐길래 내 삶을 이렇게 망쳐 놓았을까? 조울증 환자가 조울증에 대해 한번 적어 보려고 한다.

조울증, 나를 망치러 온 내 인생의 구원자

조울증은 나를 정말 여러 방면으로 망쳐 놓았다. 하지만 동시에 수많은 일을 해낼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이걸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문장이 저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망치러 온 내 인생의 구원자.

조울증이 없었다면, 그러니까 조증 삽화가 없었다면 나는 자기 비관에 빠져서 동아리를 만든다거나 운영한다는 생각도 못 해봤을 것이고, 현재 주어진 과중한 업무도 제대로 못 해냈을 것이다. 인생이라는 큰 점에서 봤을때는 내 암울한 인생의 구원자지만, 나라는 사람으로 한정했을 때는 조울증은 정말 날 다방면으로 망쳐놓은 병이다. 이런데도 조울증이 우울증보다 좋은 병일까?

난 매일 자살충동에 시달린다. 인생을 왜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인생이라는 것은 도대체 무엇이길래 누군가에게는 미치도록 허무한 짧은 생만을 허락하고, 누군가에게는 죽지 못해 하루하루를 살게 만드는가. 난 매일 죽음을 갈망한다.

언젠가 나도 조증 삽화때 자살한 수많은 사람들처럼 자살하게 되면 어쩌지 두렵다. 조증 삽화때 그 좋은 기분으로 내 인생이 한 순간에 끝나 버리지 않을까 두렵다. 난 이 병이 무섭다. 나를 조금씩 갉아먹어 결국 파멸로 몰아넣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기분장애 중 가장 예후가 좋지 않은 병. 기분의 끝과 끝을 달리며 정상적인 삶을 살지 못하게 하는 병.

그럼에도 살아내는 중입니다.

하지만 위에 적은 증상들 거의 모두 약을 안 먹었을 때 이야기고, 약을 먹으면 저런 증상들은 씻은 듯이 사라진다.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다. 그럼 무엇이 문제냐고?

평생 약을 먹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평생 약을 먹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조울증을 정말 무서운 병으로 만들어 준다. 조울증 환자들은 많은 경우에 평생 약을 먹으며 살아간다. 조울증은 완치되는 경우가 많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완치될 수도 있다는 작은 희망을 품고 그냥 계속 살아가는 것 뿐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을 살아간다. 그럼에도,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